ABOUT ME

-

  • [일기] 손주은 영상 - 목동 메가스터디의 기억
    부록 (단상) 2019. 2. 1. 20:50


    오늘 연휴 전이라 집에 일찍 온 덕분에

    오후에 거실 빈백에 앉아 여유롭게 유튜브를 잠깐 보았다.



    내가 좋아하는 자리. 소파보다 빈백이 편함





    유명한 영상. 바로 저 현장에 나도 있었다. 출처 유튜브




    고3으로 올라가던 겨울 목동 메가스터디에서 이 강의를 들었다.


    메가스터디가 목동에 처음 오픈한 때였고, 손사탐이 뭔지도 몰랐는데 


    학교에서 단체로 특강 신청하길래 따라 들었음.


    당시에 손사탐이 



    메가스터디 강남에서만 하기도 바빠 죽겠는데


    목동 엄마들이 하도 난리를 쳐서 여기도 오픈하게 되었다



    고 말한 기억이 난다.


    메가스터디 주식 상장을 준비하고 있다는 말도 했는데, 


    당시 나는 코스피와 코스닥도 몰랐기에


    대학만 가면 학원이란 단어는 내 인생과는 무관하다 생각하고 그냥 별 관심없이 흘려들었다.




    지금보니 카페도 가입되어 있음. 가입일 03년도...







    20년이 되어가지만 그 때의 기억이 아직도 선명하다.


    난생 처음보는 닭장같은 대형 강의실과, 몸 돌릴 틈도 없이 빽빽하게 놓인 책상


    추운 겨울 하얗게 나오던 입김과...


    새벽까지 이어진 보충강의 날 건물 하나를 통째 빌려 사주던 설렁탕 


    학원이 남부지방법원 바로 옆이었고, 그 바로 앞이 설렁탕 건물이었는데 지금도 그대로 있는 듯






    내 기억에 저 영상은 첫 수업때 하셨던 말씀인거 같은데, 


    지금 유튜브로 봐도 저 정도의 포스인데


    현장에서 저 얘기를 직접 들은 고3은 어땠겠는가.


    나는 본능적으로 다이어리를 꺼내 저 가르침을 기록해놨었다.


    K대에서 고3들에게 나눠줬던, 풋풋한 비와 성유리 사진이 있는 그 초록색 다이어리




    겨울 특강이 끝나고 본격적인 고3이 시작 된 후에도


    나는 목동 메가스터디에서 주로 공부하였다. 


    그 당시 선생님들 이름이 아직도 기억나는게... 이만기 이범 현용수 소순영 박장준 김기훈 


    지금보면 저 분들 강의 들은게 나한테 큰 행운이었던 것 같다. 




    당시 저 분들은 한 업계의 최정상에 있는 사람들이었고


    고3인 우리의 멘탈을 다잡아주시려고 그랬는지


    덕분에 강의 중간중간에 값진 가르침을 많이 들을 수 있었는데


    수능뿐 아니라 진짜 인생 강의를 듣는다는 느낌을 많이 받았다.


    1타강사(그 당시엔 있지도 않던 말이지만)들의 강의는 이런거구나 싶었음.




    시간이 많이 흐르고 당시 친구들에게 농담처럼 하는 얘기지만



    당시 내가 피터린치 3권을 읽었다면


    이 회사는 잘 될 수밖에 없다는 생각에 메가스터디 IPO를 잡았을까?



    물론 어린 나에겐 그럴 돈도 없었지만, 그런 생각도 못할 만큼 자본주의에 무지했다는게 아쉽다.


    메가스터디 주식으로 돈을 못 번게 아쉬운게 아니라, 


    이 사회에서 내가 지금 수능기출문제에 별표를 치는게 무슨 의미인지도 모르고 아무 생각 없었다는 사실이.



      





    근데 무엇보다도 진짜 아쉬운건 


    내가 대학 입학이라는 조그만 성과에 안주하면서


    그때 얻은 가르침은 새하얗게 머릿속에서 지우고 살았고


    그 초록색 다이어리는 이젠 어디로 갔는지도 모른다는 사실이다.


    그나마 저 강의는 유튜브에 영상으로 남아있지만


    다른 가르침은 뭐가 있었는지조차 잃어버렸다.


    내가 만약 저 다이어리를 복기하며 살았다면 지금 어떤 모습일지


    잘 되었을지 어떨지는 전혀 알 수 없지만


    모르긴 몰라도 훨씬 밀도있는 20대를 보냈을 것이다. 


    그래서 나는 지금이라도 다시 시작하고자 한다




    새로운 시작





    후회없는 1년을 보내는 고3처럼. 

    손에 잡힐 듯 진하게 기억 될 시간으로 채우고 싶다.




    공부는 엉덩이-손-머리-가슴 순으로 하게 된다


    는 그의 말대로


    나의 인생도 나중에는 가슴으로 보내는 시간이 될 수 있기를.


    끝.



    댓글

하루3분 꿀꿀멍멍: 거울 속 오랑우탄 (카카오스토리 일주일만더)